바틀부스 이야기
페렉의 <인생사용법>에는 바틀부스라는 희한한 인물이 나온다. 바틀부스는 발렌이라는 인물을 찾아가 10년 동안 수채화를 배운다. 그가 이유는 그림을 잘 그리고 싶어서가 아니라 퍼즐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그림 수업을 받은 후 바틀부스는 조수 스모프를 데리고 20년 동안 세계를 돌아다닌다. 바틀부스는 여행지에서 항구를 주제로 15일마다 해양화를 한 점씩 그려, 총 500점을 그렸다. 그가 해양화를 완성하면 스모프는 그림을 잘 포장해 프랑스에 있는 가스파르 윙클레에게 부쳤다. 윙클레는 퍼즐 절단 전문가였다. 그림이 도착하면, 윙클레는 해양화를 나무판 위에 붙인 뒤, 압축 절단기를 이용해 조각으로 잘라냈다.
그리고 이십 년 뒤, 바틀부스는 프랑스로 돌아온다. 그다음 이십 년 간 그가 한 짓은 다음과 같다. 그는 윙클레가 만든 퍼즐을 20년 간 15일에 한 번씩 재조립했다. 자신이 그린 그림으로 만든 퍼즐을 20년 간 다시 맞춘 것이다. 자신이 그린 그림이었지만 전문 기술자 윙클레가 퍼즐을 아주 어렵게 만들었기 때문에 그는 자주 절망하기도 했다.
그다음 그는 더 웃긴 짓을 한다. 모렐레라는 사람을 고용해, 완성된 퍼즐의 틈새를 아주 꼼꼼하게 메워 그것이 퍼즐이었는지 아예 모르도록 한 것이다. 포즐을 해양화로 복원시킨 것이다. 그리고 그는 그 해양화를 그렸던 장소로 그림들을 돌려보냈다. 요컨대, 바틀부스가 평생을 바쳐 한 일이란 멋진 건물을 짓기 위해 온갖 건축 기술을 배운 다음, 자신이 원하던 건물을 짓고서, 그것을 무너뜨려 땅으로 돌려놓은 짓이었다.
그런데 바틀부스가 어쩌다 이런 계획을 세웠을까? 그가 스무 살이 되던 해, 바틀부스는 자신에게 질문을 던졌다.
<무엇을 할 것인가?>
그리고 내면의 답은 다음과 같다.
<할 일이 아무것도 없다>